< 어린이날: 여전히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대치동과 목동 학원가 등에서 만난 아이들은 어린이날만은 마음껏 뛰어놀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나 학원에서는 학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수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신나게 놀고 즐겨야 할 시간인 어린이날에도 일부 아이들은 여전히 사교육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등학생 배모(12)군은 대치동에서 영어, 글쓰기, 역사, 미술, 수학(2곳) 등 6개 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이번 어린이날에도 대부분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원에 가야 한다”고 하였다. 목동에 거주하는 문모(13)양은 “반 애들 중에 절반 넘게 어린이날에 학원을 간다”며 “어린이날에도 못노는 아이들은 서로를 위로해 준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사교육 열풍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6년 30만 2000원으로 2013년 28만 3000원보다 6.7% 늘어났다. 지난해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0%, 주 평균 사교육 시간은 6.8시간이었다.
사교육 열풍은 단지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영유아 대상의 다양한 학원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서울·경기·충남 상담센터를 찾은 유아와 초등학생 124명을 대상으로 조기 및 과다 사교육에 따른 피해를 살펴본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유아와 초등학생은 사교육으로 인하여 ‘관계의 어려움’(13.5%)과 ‘사회적 미성숙’(11.0%), 불안(9.8%), ‘감정조절의 어려움’(9.3%), 주의산만(9.1%), 공격성(6.8%), 위축(6.4%), 무기력(6.0), 분노(5.0%), 우울(4.8%)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 어린이의 75.7%는 취학 전에 이미 사교육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의 55.6%는 영어, 수학, 운동, 학습지 등 6개 이상의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학 전 영유아가 받은 사교육은 영어가 16.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악기(11.3%), 창의성(9.9%), 학습지(9.3%), 수학(9.3%), 미술(6.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를 대상으로 취학 전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열등감, 불안감에 대한 보상심리(28.1%), 성취욕구(18.8%), 자녀 성취를 통한 대리만족(12.5%), 맞벌이에 대한 죄책감(1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서유헌 가천대뇌과학연구원 원장에 따르면 뇌는 연령대마다 발달하는 영역이 다르다고 하였다. 뇌 발달 시기에 맞는 적절한 자극은 뇌 기능의 발달을 돕지만, 과도하고 장기적인 자극은 오히려 뇌 기능을 손상시킨다고 하였다. 0∼3세는 뇌의 모든 부위가 골고루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정서 발달을 중심으로 오감 자극을 통하여 두뇌가 전반적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6세는 종합적 사고능력과 인간성, 도덕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전두엽이 빠르게 발달하며, 7∼12세는 언어·수학·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부위인 측두엽·두정엽이 발달한다. 서원장은 “영유아기는 모든 뇌가 골고루 왕성하게 발달하므로 어느 한쪽으로 편중된 학습은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 취학 전에 영어나 중국어, 수학과 같은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과잉학습장애증후군이나 우울증, 애착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고 하였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아동의 창의성 증진을 위한 양육 환경과 뇌 발달 연구’에서는 5세 유아, 초등 2학년과 5학년 등 총 270명을 대상으로 그림을 통한 창의성 검사(TCT-DP)와 지능 검사를 실시하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 270명의 평균 창의성 점수는 16. 43점인데, 사교육을 1주일에 1회 더 받을 때 창의성 점수가 0.563점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참여자의 88.4%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으며, 연령별로는 5세(78.4%), 초등 2학년(95.5%), 초등 5학년(92.7%)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부모의 양육방식, 가족관계, 다양한 경험 등이 아동의 창의적 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먼저 부모의 양육방식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일일이 통제하고 간섭하기보다 자율성을 주고 독립심을 허용할수록 창의적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이가 독립적이도록 격려한다’,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스스로 해결하도록 시간을 준다’, ‘아이가 하려는 것에 간섭하지 않고 혼자 하게 내버려둔다’는 부모의 자녀일수록 창의적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가 아이의 생각을 자주 물어보고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아이에게 발언권을 주고 상의하는 가정의 분위기에서 성장한 아이일수록 창의적 성향이 높은 것으로 연구되었다. 다음으로 가족관계에서는 가족끼리 친밀하게 상호작용을 많이 하고, 서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는 주는 가정의 자녀가 창의적 성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경험이 아이들의 창의적 성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이에게 책 읽기이나 악기 다루기 등을 경험하게 하고, 희귀한 것을 찾아다니며 보여주고, 집에 아이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많이 있고, 아이에게 유능한 성인과 접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것 등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유아 때부터 학원을 돌리면 생각하지 않고 정답만 찾는 창의성 떨어지는 아이들을 만든다”며 “부모들은 ‘내 아이가 뒤처질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을 하기보다 아이들의 독립심을 길러주고, 가족 간에 좋은 관계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 창의성에 향상시키는 데 좋다”고 하였다.
이처럼 사교육의 부정적인 영향은 학습효과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적 문제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 스트레스로 인하여 아동 및 청소년의 우울증 증상이 증가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는 미성년자 우울증 환자의 38%가 학원이 밀집한 5개 구에서 진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청소년 우울증을 앓는 환자 중 30~60%는 사교육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하였다. 서울 강남지역 한 정신과 전문의는 “연간 400~500명의 미성년자를 상담하는데, 50% 정도는 사교육 스트레스를 호소한다”고 하였으며, 경기도 분당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사교육 압박, 사교육으로 인한 가정불화를 말하는 학생들이 전체의 60%가 넘는다”고 하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교육 스트레스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사교육에 노출되고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이 성인이 될 경우 낮은 자존감, 우울 증상, 직장 부적응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사교육은 아동 및 청소년기의 심리적 및 행동적 문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러 가지 부적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무엇보다도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하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자녀들을 사교육 현장으로 몰아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치열한 입시제도에서 자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녀들이 사교육을 통해서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학습을 해야 좋은 성적도 얻을 수 있고 원하는 대학에도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누가 이런 부모의 마음과 이들의 선택을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도 부모의 입장이 된다면 동일한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부모세대만을 비난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의 결과들을 살펴보자. 사교육을 시킨 결과, 아이들의 창의성을 떨어지고, 대인관계의 어려움, 불안, 감정조절의 어려움, 공격성 등 다양한 내재화문제와 외현화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사교육 현장에 내몰릴수록 이들은 공부에 시달리고,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증상으로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러 가야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또한 사교육은 지식 암기를 위한 주입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한다든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도 한계가 있다. 아동과 청소년이 공부를 하고자 하는 동기유발이 부모, 선생님, 학원 등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발적인 내적인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공부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의 미래와 삶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 아이의 공부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는다면 우리 모두 사교육에 대한 명백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글쓴이 : 장여옥>
<참고한 자료>
서울신문. “어린이날 못 놀아요 엄마가 학원 가래요.” 2017. 5. 4.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505001004
세계일보. “과도한 사교육은 아동발달 부정적 영향···되레 뇌기능 손상.” 2017. 5. 7.
http://www.segye.com/newsView/20170507001220
조선일보. “사교육 많이 한 아이, 창의력 더 떨어지더라.” 2017. 3. 1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8/2017031800149.html
조선일보. “우울증 부르는 사교육 스트레스… 정신과 찾는 학생들.” 2017. 4. 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3/201704030010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