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동향과전망배너폼1.jpg


청소년 지원단체에서 일하는 김선희씨(가명)는 최근 한 청소년과 상담을 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성교제를 하는 청소년 중에서 애인과의 성관계 시 콘돔을 구하지 못해 비닐봉지을 피임 자구책으로 활용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콘돔은 비싸고, 고등학생이 막 사기도 부끄러운데 피임을 안 하기엔 임신이 걱정되니까라는 것이 이 학생의 설명이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청소년 성교육이나 피임에 대한 무지와 오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성에 대한 금기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성인이 된 이후로 유예하며, 사회가 인정하는 청소년의 연애는 성적 행동이 배제된 관계로 한정한다.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정확한 피임지식, 자기결정권이 중심이 된 성지식이 성교육의 중심이 돼야 하지만 한국의 성교육은 대부분 10대의 성행위를 억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과적으로 피임에 대한 무지는 더욱 위험한 10대의 섹스를 부를 것이라며 “‘랩 콘돔은 그 하나의 예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 대상의 성교육은 여전히 보수적인 상태이다. 이런 현실에서 미혼모가 실시하는 청소년 성교육 멘토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은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tree)는 성교육 강사를 양성하여 이들을 서울시 고등학교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게 하고 있다. ‘인트리가 기획한 청소년 성교육 멘토프로그램은 지난 4월 서울시 협치의제사업으로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성교육 강사 양성교육을 받은 미혼모 강사가 일선 학교로 찾아가 청소년을 직접 만나 교육함으로써, 이들의 경험을 사회적 낙오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자원으로 환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미혼모 8명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청소년성폭력상담소 탁틴내일에서 아동·청소년 인권 및 성교육 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10월부터 학교에서 청소년 대상의 성교육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혼모는 청소년에게 책임 있는 성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청소년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알도록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에게 성교육을 시키는 목적만이 아니라 미혼모에게는 직접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미혼모로서 주체적인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3살 아이를 키우는 성교육 강사인 이서경씨(33)강의에서 사실은 나도 미혼모라고 밝히면 졸던 학생도 집중하고 이야기를 듣는다사회가 청소년의 성을 원조교제 등 나쁜 것들과 연관 지어 금기시하니까 아이들의 궁금증도 많다고 말했다한 달 반 동안 7번이나 강단에 섰으며, ‘()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지금껏 듣던 성교육과는 다른 울림을 남기며, 강의가 끝난 뒤 따로 연락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성교육에 참여한 중화고 3학년 (18)기존 성교육에선 무조건 안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강의를 들으며 서로의 동의와 피임이 한순간의 욕구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최형숙 인트리 대표는 대부분 미혼모는 이른 나이에 출산이라는 사회적 경험을 통해 청소년기 성교육의 필요성과 출산, 양육의 의미를 깨달은 이들이라며 학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그는 현실적인 강의이다 보니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고, 다른 성교육 강사보다 더 가깝게 느낀다고 설명하였다. 서울시는 멘토 프로그램 외에도 임신 초중기의 위기 미혼모를 위해 미혼모가 서로 도움을 주는 멘토링과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인트리는 미혼모와 그 가족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에 설립된 미혼모협회이다. 인트리의 미혼모 성교육 활동은 2013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여성가족부 공동협력사업으로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당시에 인트리는 미혼모 회원 1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성교육 멘토를 양성하였으며, 이들은 서울·경기지역 청소년 대안학교 8곳에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였다. 처음 미혼모 성교육이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학교에서는 미혼모 강사를 꺼리는 분위기였으나 현재는 고등학교뿐만이 아니라 중학교에서 미혼모 성교육 강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의 올바른 성교육은 무분별한 성관계나 이로 인한 임신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낙태법 폐지에 관한 내용과 함께 청소년의 성교육의 중요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 뉴질랜드, 영국, 이스라엘, 일본, 칠레, 핀란드 등 9개 나라를 제외한 25국에서는 임신부 본인의 요청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권리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약물을 이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낙태시술을 시행한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낙태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절수술은 여기저기에서 시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5 인공임신중절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 중 인공임신중절수술 경험을 한 여성은 19.6%로 나타났다그 사유를 살펴보면, ‘원하지 않는 임신43.2%로 가장 높았으며, ‘산모의 건강문제16.3%, ‘경제적 사정’ 14.2%, ‘태아의 건강문제’ 14.2%, ‘주변의 시선’ 7.9%, ‘부모가 될 자신이 없어서3.7%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여성 중에는 낙태를 위하여 중국으로 원정 수술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사회경제적 및 인식의 변화 때문인지 현재 청와대에는 낙태법을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이 200만 건을 돌파하였다.

이는 낙태법 폐지를 통해서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낙태를 선택하거나 이로 인해 임신부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국 교수의 낙태 비범죄화론 논문(서울대학교 법학, 2013)에 따르면 여성들은 미성년자의 임신, 연인과 헤어진 후 발견한 임신, 별거 또는 이혼소송 중 발견한 현 남편의 아이, 이혼 후 발견한 전 남편의 아이 등과 같이 다양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단지 성도덕 문란, 반윤리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조국 교수는 여성은 태아의 생명과 삶을 가장 절실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존재이며, 낙태 여부를 가장 고민하는 존재라며 산모와 아기를 도와주는 사회적 안전망도 극히 미흡한 상태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낙태를 선택하고 그 선택 후에도 자책하고 고통 받는 여성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틀렸다고 지적하였다. ‘낙태하는 여성은 모성애도 없고 비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반면에 태아의 생명보호를 주장하는 교계와 생명윤리단체들은 낙태합법화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수정 순간부터 독립적 인간 생명체가 생긴다는 과학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의 기초라고 하였다. 낙태반대운동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낙태수술이 1735만 건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출생아 대비 낙태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하였다. 또한 가임기 여성 1000명당 낙태 건수를 보면 일본이 13.4, 미국이 21.1, 중국이 26.1건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9.8건에 달하고 있다.

2016년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 중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평균연령은 13.1세로 이 중에서 남학생은 12.9, 여학생은 13.4세였다. 또한 성관계(이성 또는 동성) 경험이 있는 남학생은 6.3%로 여학생 2.8%보다 높았고, 고등학생(남학생 8.7%, 여학생 3.8%)이 중학생(남학생 3.3%, 여학생 2.8%)에 비해 성경험이 높았다.

여성가족부가 2014년 실시한 청소년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에서는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 청소년의 21.4%가 임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은 고등학생에 비해 성관계 경험은 적었지만, 임신 경험률은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임신 경험 학생 중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한 여학생은 81.0%였다.

성장발육이 활발한 청소년기는 어느 시기에 비해서 성적인 호기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이런 청소년의 성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성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얻고 있으며, 손쉽게 음란한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볼 수 있으며, 채팅앱을 통한 낯선 사람과의 조건만남도 거리낌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성 관련 이메일이나 문자 스팸을 받기도 한다. 성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청소년들은 손쉽게 재빠르게 성 관련 정보를 얻고 있으며, 이런 과정 속에서 성에 대한 오해나 왜곡 등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 대상의 소극적인 성교육이 아닌 안전한 성관계를 맺는 방법이나 실제적인 성교육 및 성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성관계를 맺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임신을 한 이후에도 그것이 임신인지도 모른 체 몇 개월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다. 낙태가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도 있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은 누구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미혼모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 임신과 육아 등을 바탕으로 성교육을 실시한다면 훨씬 생생하고 실질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글쓴이: 장여옥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사회 낙인씻어낸 미혼모들 이젠 청소년 성교육 멘토.” 2017. 11. 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052200005&code=940401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2016). 12(2016)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통계. 질병관리본부

국민일보. “‘내 경험이 도움이 됐으면···’ 미혼모들 성교육 멘토변신.” 2017. 11. 5.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43516&code=11131100&sid1=soc

 

국민일보. “낙태 찬반 논란 내 자궁은 내 것’ vs ‘생명은 소중한 선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568496&code=61221111&cp=nv

 

서울특별시청 홈페이지. “미혼모, 청소년 성교육 멘토 되다!.” 2017. 11. 7. http://gov.seoul.go.kr/archives/104878

 

세계일보. “미혼모, 성교육 강사로 청소년 멘토되다.” 2017. 11. 5. http://www.segye.com/newsView/20171105002941

 

연합뉴스. “미혼 엄마들, 청소년 성교육 멘토로 나서다.” 2013. 10. 20.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10/18/0200000000AKR20131018208900004.HTML?input=1234m

 

조선비즈. “20만건 넘어선 낙태법폐지 청원···중절수술 위해 낙태 여행까지.” 2017. 10. 30.

 

주간경향. “한국 성교육, 위험한 10대 섹스 부른다.” 2017. 2. 14. http://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1702141613221&code

 

한겨레신문. “조국 수석, 과거 낙태 비범죄화론주장···이번에도 답할까.” 2017. 10. 30. http://h2.khan.co.kr/2017103016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