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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의 독서실을 이용하는 20대 여성이 사물함에서 과자 등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그러지 말아달라는 메모를 남기자 이에 대해 죄송합니다. 제가 거지라서 훔쳐먹었어요. 죄송해요... 제가 어찌어찌해서 독서실 비밀번호를 알아가지고.. 독서실 사물함 한번 열어봤는데 맛있는게 있어서 저도 모르게 손이 갔어요.. 정말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 제가 부모님이 일이 바쁘셔서 동생들을 대신 돌봐야 되거든요.. 그래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오겠습니다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CCTV를 확인한 결과, 작은 포스트잇에 사과의 말과 자신이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 이유를 간략하지만 진실된 태도로 적은 사람은 중학생 또래의 여학생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친구는 독서실 출입금지라는 자기 처벌로 이 짧으면서도 진정한 사과가 느껴지는 답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YMCA 청소년사업 담당 간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10대들이 얼마나 잘 먹는지 그리고 먹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무리 많은 양의 간식을 준비해도 늘 부족하다는 것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음식을 잘 먹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미안하게도 글루타민산나트륨이나 합성착합료가 듬뿍 들어간, 양 위주의 간식을 준비하곤 한다. 아마, 이 여자 중학생도 배가 고팠을 것이고 간식은 동생들에게 주로 양보해야만 하는 처지였을 수도 있다.




  가난 때문에 생리대 대신 신발깔창이나 수건, 휴지 따위를 사용한다는 청소년의 이야기도 있었으니 이 기회에 청소년들의 빈곤 실태를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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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아동종합실태조사를 활용한 아동빈곤에 대한 현황 분석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기준의 절대빈곤율은 9.45%, 중위소득의 50% 미만 기준의 상대적 빈곤율은 10.62%이었으며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아동은 전체 아동중 약 5.6%에서 6.7%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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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노동시장 참여 가능성이 낮아서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부모조손 가구의 빈곤율은 양부모가구에 비해서 19배 가량이나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주양육자는 비고용상태에 있을 때 빈곤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서 가정에서 아동을 돌봐야 하는 주양육자가 고용상태라는 것은 가정의 경제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로 보인다. 주양육자가 고용상태일 경우에 아동은 방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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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거주 아동가구의 비율이 중소도시나 넝어촌 거주 아동가구에 비해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대도시 거주 아동가구와 중소도시 아동가구의 빈곤율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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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의 연령과 빈곤율 사이의 관계를 보면 연령이 낮을수록 빈곤율이 낮았고 0~2세 사이의 아동이 있는 가구와 3~5세 사이의 아동이 있는 가구의 빈곤율은 12~17세 사이의 아동이 있는 가구의 빈곤율의 차이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에 대해서 아동의 연령이 낮을수록 아동수당 및 보육료지원과 같은 현금지원으로 인해서 빈곤율이 유의미하게 낮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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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대도시에 거주하면서 주양육자가 근로상태에 있는 한부모 또는 조손가정의 청소년(12~17)이 빈곤상황에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유추할 수 있다.



 부천의 여자청소년의 가족은 부천이라는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양부모가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부천의 여자청소년 가정은 통계가 보여주는 일반적인 빈곤가정 유형에 속하지 않으며 사각지대에 포함되어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부모가 근로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빈곤계층에 속하거나 통계나 조사를 통해서 추산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으므로 주양육자를 대신해서 답장을 남긴 여자 청소년이 동생들을 돌보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결핍은, 인간 성장의 거름이며 토양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에게 결핍 된 어떤 것을 갈망하면서 자신의 실존을 고민하고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소위 정상 가정의 요소를 결핍 당한 청소년들은 비정상 영역에서 자기 존재를 고민하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으며 바로 그 비정상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됨으로써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적어도 젊은이들 사이에 떠도는 수저론 같은 불편한 은유가 진짜 농담일 뿐일때나 성립된다. 결핍이 성장의 동력이 되는 것은, 적어도 의주에 대한 걱정이 없으며 채무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빚이 있어야 파이팅 한다는 막말을 하는 주책바가지 어른이 없는 상태에서나 가능하다.


  요즈음 인터넷에 떠도는 흙수저 빙고게임(궁금하면, 검색해 보길)은 요즘 젊은이들이 부의 세습과 더 이상 계층 이동이 불가능해진 우리 사회와 자신들에게 던지는 자조 섞인 농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수저론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는 영어표현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부모의 직업, 경제력 등으로 본인의 수저가 결정된다라는 신조어다. 이러한 표현이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부모의 계급이 자신의 계급이 결정된다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면 며칠 전 어떤 공무원이 말한 신분제는 이미 젊은이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특정할 수는 없으나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절망을 안김으로써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젊은이들에게 강요되는 절망과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부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의 독서실을 이용했던 그 여자청소년처럼 자신의 양심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희망적이다. 다만, 이렇게 자신의 가난이 아니라 훔친 행동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훔친 행동보다 가난을 부끄럽게 여겨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려는 기성 문화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지키면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이제 어른들 몫이다.


** 이글에 제시된 그림들은 정은희(2015). 아동빈곤의 현황과 정책방향. 보건복지포럼, 47-55.’에서 재인용한 것입니다.

 


<참고한 자료>

한겨레신문(2016). “제가 거지라서 훔쳐먹었어요” 청소년 메모에 누리꾼 ‘눈물’(6월 17일자)

한겨레신문(2016). “거지라 훔쳐먹었다”는 청소년 위해 ‘다락방’ 마련한 복지관(7월 7일자)

정은희(2015). 아동빈곤의 현황과 정책방향. 보건복지포럼, 4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