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png

광주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하여 경찰에 적발되었다. 이 사건은 학교장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 25명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서 특별관리 대상으로 정한 후 학년부장을 통하여 나이스에 접속하게 한 후 이 학생들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2년간 36번이나 조작하도록 하였다. 이 사건은 1등급이던 자기 반 학생이 갑자기 2등급으로 낮아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담임교사가 조사를 하다가 발견되었다.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는 교육행정기관과 초··고등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한 시스템으로 학교생활기록부 등의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관련 정보의 열람 및 입력과 수정 등을 위해서는 교육기관이 발행한 인증서가 필요하다. 또한 학생부 입력과 수정 권한은 담임교사와 해당 과목 교사에게만 부여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교장이 나이스 접속권한이 없는 학년부장에게 임으로 학생부를 수정하도록 권한을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 6월에도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무단으로 정정한 교사가 적발된 일이 있었다. 대구의 모 사립 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 30명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수정한 일이 발생하였다. 이 교사는 1년 동안 자신이 지도한 학생 중 30명의 학교생활기록부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부분을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사의 경우는 학교생활기록부 수정을 위해 동료 교사의 인증서를 도용해서 나이스에 접속하였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20114월에도 발생하였다. 서울지역에 있는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에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무단으로 정정한 사례가 발견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입 전형에 영향을 미치는 진로지도, 독서, 특별활동상황, 봉사활동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추가 이력 또는 삭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서 특정 직업에 대한 꿈을 장기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1학년 때 외교관, 2학년 때 교수, 3학년 때 교수였던 장래희망을 1-3학년 모두 교수로 통일하는 방식으로 장래희망을 수정하였으며, ‘다소 다혈질적인 면도 있으나 남자다운 멋과 의리가 있음. 자신의 감정을 조금만 더 조절한다면...’남자다운 멋과 의리가 있으며 올곧은 성품이 돋보임으로 수정하였다. 이 사례의 경우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담임교사가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시 교육부는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정정을 금지하고 정정이 불가피한 경우 학교학업성적 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정하는 지침을 내놓기도 하였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현 시점에서, 2011년부터 이번까지 발생한 사건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충격을 넘어서 학교나 교육부에 대한 불신감을 낳을 수도 있는 일이다. 올해 대입전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원의 70% 이상이 수시로 선발되며, 이 가운데 86%가 학생부 전형으로 이루어진다. 2018학년도 대입전형에 따르면 서울 주요 15개 대학 입학정원의 40% 학생부 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대학의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제에서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학생부 조작은 입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표1.jpg

 <노컷뉴스. 2016. 9. 9. 재인용>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자 교육부는 모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이르면 12일부터 10월 말까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나이스 접속 권한 및 수정 회수 등에 중점을 두고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전수조사가 끝난 이후에도 나이스에 대한 수시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학생생활기록부 부당 정정은 금품·향응 수수와 상습폭행, 성폭행 등과 함께 교원의 4대 비위 중 하나인 성적조작으로 간주해 최소 견책부터 최대 파면까지 징계 사유가 된다.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학생부 조작사건이 과연 일부 교장과 교사들의 비리로만 간주해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스럽다. 학생부 조작사건이 내용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해마다 이슈화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개인들의 비리로만 보기에는 이해되지가 않는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학생부 조작사건은 교사, 학부모, 학생들까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공모 범죄라고 언급하였다. 특히 극소수의 최상위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서 대다수의 일반 학생들의 교육은 무시되고 있는 총체적인 부패와 비리가 연루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부 중심 전형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청소년들의 생활기록부 작성에 관하여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은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서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교육부는 사교육 부담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학생부 중심 전형에 대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완하고 철저한 모니터링과 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담임선생님과 해당 과목 교사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학생들의 학생부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어떤 교사가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나 진로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교사의 자질은 매우 중요하다. 교사들은 누구보다도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되는 대상이므로 교사로서의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바탕으로 생활기록부 작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학부모 중에는 교사가 작성하는 생활기록부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사설 업체를 이용하여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이런 자료를 담임교사에게 제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맞춤형 생활기록부 과외까지 등장하여 학생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활용하여 가짜 학생 만들기를 부치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학부모 역시 자녀의 학생부 작성에 관련하여 선생님이나 학교당국에 어떤 요청이나 제안도 할 수 없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교육부는 학생부 관련 부당 정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다양한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실효는 거두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내놓은 학교생활기록 기재 관련 실태조사가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지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교사와 학교, 학생, 대학사이의 상호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수시전형을 기대한다.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서울 특목·자율고 ‘학생부 조작’ 사실로”. 2011. 4. 5. 

경향신문. “학생부 잘 적어주려고… 대구시교육청, 학생부 무단 조작 교사 적발”. 2016. 6. 8.
노컷뉴스. “교장이 하면 답 없다…‘학생부 조작’ 손놓은 교육부”. 2016. 9. 9.

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학생부 조작…교육부, 대책 마련 고심”. 2016. 9. 8.

연합뉴스. “조작·과장 못믿을 생확기록부..가짜 모범생 만들기 심각”. 2016. 9. 11.

오마이뉴스. “학생부 조작, 무소불위 학교장 빼곤 논하지 말라”. 2016. 9. 22

중앙일보. “[단독] 제2의 학생부 조작 밝혀낸다..전국 고등학교 대상 학생부 실태 조사 실시”. 2016. 9. 9.

한국일보. “[사설] 학생부 조작 사태, 전수조사로 불신 지워내야”. 2016.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