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1.png
 청소년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

우리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게이트사건으로 인하여 국정혼란의 정국을 맞이하였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서는 박근혜 스캔들이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전 국민적인 시국선언이 한창이다. 대학생, 대학교수, 음악인, 종교인을 비롯하여 해외 교민들까지 비선실세 국정농단사태에 분노하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 바로 우리 청소년들도 함께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정문 계단에 앉아서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을 지켜보았으며 대통령 퇴진 및 교육제도 개선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중고생연대는 #하야하라 박근혜’ ‘중고생이 명령한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으며, ‘내일 시험이다! 시험이 대수냐. 나라가 미쳤다’, ‘공부가 손에 잡히겠냐라는 문구도 보였다.


중고생연대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직접 만든 단체이다. 중고생연대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최준호(19)군은 중학생·고등학생·학교를 다니지 않는 13-19세 미성년자가 중심이 되어 매 맞지 않을 권리, 내 머리를 자유롭게 기를 권리,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수 있는 권리, 여유가 있을 권리. 입시 경쟁이 축소되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살아낼 수 있는 사회, 굳이 나를 위해 어마어마한 압력을 견뎌내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 정책을 만들 때 청소년들 의견이 들어가지 않아 사회가 더 악화된 거 아닌가 싶어 청소년 투표권, 참정권을 요구하고 있어요.” 라고 하였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촛불문화제 행사에 대한 소식을 전파 및 공유하였고, 이를 접한 전국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l_2016110601000761900057222.jpg

* 출처: 경향신문. “시험이 대수냐, 나라가 미쳤다”···11·5 광화문집회 중·고등학생 활약상. 2016. 11. 6 재인용.

또 다른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강원도에서 온 고등학교 2학년 박군은 우리가 이 집회에 참여해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됐으면 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양은 학교 분위기에 대해 전하였는데, “교실마다 분노의 감정이 가득한데 광화문광장에 나와 보니 더 들끓는다대통령이 두 번의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양시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군은 처음으로 대규모집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군은 사실 세월호 참사 때에는 광화문에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부모님께서도 한 번 현장에 나가 경험을 해보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였다. 이처럼 청소년들은 자발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부모와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청소년들도 목격되었다. 중학교 1학년 박모양은 너무 착잡하다. 친구들도 답답하다고 하고, 학교에서도 친구들 다 나라 걱정하고 있다고 하였다. 아버지 박모씨는 작은 마음이지만 자식들에게 우리나라를 이렇게 물려줄 수 없고, 얘들도 앞으로 나와 자기 스스로 시국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자유발언을 한 후 중고생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구호를 외쳤다. 청소년들의 외침을 목격한 부모세대들은 착잡한 반응을 보였다. 김모(48)씨는 고맙고 희망이 보인다면서도 다치지 않아야 할 텐데라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이영희(65·)씨는 학생들이 아이돌이나 노래 프로그램 같은 것만 연연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 하는 얘기 틀린 게 하나 없다며 학생들을 대견하게 생각했다.


이와 같은 청소년들의 참여에 대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 연구소장 신형식은 한때 사회에 관심도 없고 입시와 취업 등 개인 간 경쟁에만 매몰된다는 비판을 받았던 학생들이 최근 정치적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세월호 사고의 경험 때문이라고 하였다. 신 소장은 세월호 사고의 피해 당사자들 대부분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에 학생들은 트라우마를 갖게 됐고, 언제든 국가의 부정부패나 무능에 의해 자신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사회의식이나 비판의식을 갖고 행동하게 됐다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일부 지역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중동고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116명은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실명으로 발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첫 고등학생 시국선언이었는데 지난 1일 이 소식을 전한 기사들이 갑자기 포털 등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는 학교 쪽의 압박으로 시국선언에 참여한 일부 학생들이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양시 A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12명은 지난 4일 학교 인근 지하철역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했다. 시국선언에 앞서 학생들은 교감선생님과의 상담에서 학생들끼리 단체행동을 할 때 안전사고 위험 등이 있을 수 있으니 학교에 미리 알리고 승인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의견을 구했고 학교는 학생들의 행동이 교칙에 어긋난다며 징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생들은 당일 오후 시국선언을 진행하였는데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불러 교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인해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의 사회참여는 연령을 초월한 상황이다. 기성세대들은 아직 사회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편향된 시각을 갖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청소년들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사회현상도 미숙하게 볼 거라고 생각할 것인가? 이와 같은 사회 및 정치활동 참여경험은 학생들의 민주시민의식 형성에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신 소장은 평화적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교과서나 책에서만 배우던 민주의식과 역사의식을 생생하게 느끼는 실천적 경험이라며 기성세대가 우려하며 과잉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전국에 있는 대학생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하였는데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늘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었다는 맥락과 동일하다. 19291030일에 전라남도 나주역에서 일본학생들이 한국 여학생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는 등 희롱하자 한국 학생들이 이에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일본경찰은 한국인 학생들만 구속하였고, 이에 분노한 광주시 학생들은 113일 가두투쟁과 동맹휴학에 들어갔다. 이후 항일운동은 전남지역과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실시되었으며 이에 정부는 113일을 학생의 날로 제정하였다. 해방 이후에도 학생들은 4·19 혁명, 유신 체제 말기 부마항쟁, 19876월 민주화 항쟁 등을 통해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 민주화 이후에도 대학생들은 노동운동, 환경운동, 젠더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확인한 봐와 같이 청소년들의 사회적 관심은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어 왔다. 지난 12일에는 7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학장 유정완)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였다. 본 행사는 4-8명으로 구성된 청소년들이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조사한 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제안을 제시하였다. 올해는 청소년들이 고카페인 음료판매규제, 교복 관련 규정 개정 등과 같이 청소년들과 직접 연관된 주제뿐 아니라 생태, 도시재생, 공유경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 제안을 하였다. 행사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2008년에 미국시민교육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세계적인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시티즌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하며 시작되었다. ‘프로젝트 시티즌은 미국 국무부의 지원 아래 공교육 안에서 실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데 돕고자 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정부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를 이해하고, 청소년들 관련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은 사회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사회 곳곳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순실 사태로 분노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선거권 연령 인하를 요구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고생연대의 최준호(19) 군은 이번 사건은 기성세대 혹은 성인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우리도 충분히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대통령 선거 등)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청소년들이 정치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체감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현행법은 선거권 연령 기준을 2005년 선거법 개정으로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하향 조정하였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만이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은 18세 선거권을 보장하며, 오스트리아는 만 16세 이상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케냐,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6개국도 만 18세부터 선거에 참여한다. 18세 참정권 운동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 YMCA 김진곤 국장은 청소년도 시민이다. 청소년들도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갖고 불합리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며 연장선상으로 선거권도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만 18세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보장하자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선사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 모(18) 군은 주변 친구들을 보면 우리 또래는 대부분 정치에 관심이 없다. 온라인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를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도 있다. 정치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된 혹은 진지하지 못한 투표를 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일부 기성세대들 역시 청소년들은 선거권을 행사할 능력과 소양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으며 정보의 접근이 쉬어진 반면에 정보를 판단할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18세 청소년은 결혼, 운전, 입대, 취업 등 법적 권리가 다양하다. 사실상 청소년을 성인으로 취급하면서 선거권만 유예한 상황이다. 청소년을 미성숙한 인격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이들도 정치적 및 사회적 신념과 판단을 기초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격체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 글쓴이 : 장여옥


<참고한 자료>

더피플. “안산 원곡고, ‘7회 청소년사회참여발표대회대상.” 2016. 11. 14.

http://press.ithepeople.kr/newsRead.php?no=839676

오마이뉴스. “개념있는 청소년들 사회참여, 어렵지 않~아요’.” 2011. 11. 16.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55101

오마이뉴스. “시국선언 했다고 학생 징계?고양 한 고교 논란’.” 2016. 11. 9.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6/11/09/0701000000AKR20161109070800060.HTML?source=twitter

경향신문. 시험이 대수냐, 나라가 미쳤다···11·5 광화문집회 중·고등학생 활약상.” 2016. 11. 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100&artid=201611061124001

경향신문. “워싱턴포스트 박근혜 스캔들, 워터게이트보다 더 심각···대통령 퇴진 가능성 70%’.” 2016. 11. 17.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171635001

세계일보. 또 다른 정유라가 있을지 모른다..중고생이 목소리 내야.” 2016. 11. 5.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6/11/05/20161105000749.html

위키트리. “최순실 사태 후 선거권 달라목소리 높이는 청소년들.” 2016. 11. 15.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81778

한겨레신문. 고교 첫 시국선언 기사가 사라진 까닭. 2016. 11. 3.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68626.html

한겨레신문. “종북?” 김진태도 궁금해하는 중고생연대어떤 단체?. 2016. 11. 15.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0412.html

한겨레 21. “18세 선거권이 전부는 아니지만.” 2016. 9. 6.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2320.html

헤럴드경제. “[최순실 파문 속 ‘학생의 날] 학생은 늘 움직였고 세상은 변했다.” 2016. 11. 3.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1103000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