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볼 문제 04

<18세 참정권,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는 미성숙한 존재라는 인식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20144, 헌법재판소는 청소년들이 정치적 판단 능력이 미약하고, “정신적 및 신체적 자율성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선거권과 정당가입 등을 불허한 것이 합헌이라고 판결 내렸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18세 선거권에 대한 논쟁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한국에서는 혼인, 입대, 운전면허 취득을 하려면 대부분 18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참정권만은 19세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13일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야 3당은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되 실제 적용은 202021대 총선 때부터 하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8세 선거권 국민연대’¹ 15일에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18세 참정권 확보 특별위원회와 청소년들과 함께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8세 선거권 국민연대는 투표권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18세 국민의 투표권 보장이 대출상환 3년 유예하듯 다뤄 질 수 없다. 미루면 미룰수록 우리의 미래는 후퇴한다고 지적하며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18세 투표권이 실현되기를 청소년과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청소년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나서서 18세 참정권을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8세 선거권 관련 법안이 상정되지 않아서 선거연령의 하향 조정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토록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정치적 판단을 하기에 18세 청소년은 어리다는 점이다. 둘째는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면 입시와 공부에 집중해야 할 학교가 정치이념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는 점이다. 과연 이 논리가 합리적이고 타당하기는 한 것일까?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에게도 이와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OECD 34개국 가운데 19세 선거연령을 유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과 영국은 1970년도에 선거 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였으며, 프랑스는 1972년에, 일본은 2015년에 선거권 연령을 조정하였다. 선거연령이 19세 이상인 국가는 바레인, 카메룬, 쿠웨이트, 레바논, 말레이시아, 나우루, 오만, 사모아, 싱가포르, 대만, 통가이다.


그렇다면 왜 OECD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일까?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과 다르게 우리나라 청소년들만 유독 정치적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논리라면 우리의 교육제도가 잘못되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사회 및 정치교육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정치적 판단 능력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도 공교육을 통해서 사회 및 정치에 대해 충분히 배우게 된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사회 및 정치 상황에 대해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사회 및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증가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이들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은 나약한 존재이므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 연령을 논하는데 있어서, 청소년의 성숙함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자세가 되어 있는가의 문제는 아닐까 한다.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필요한 이유는 청소년 정책이나 교육정책 등에 관하여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현재 이와 같은 정책들은 청소년을 제외한 어른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어른들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일부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있는 정치인이나 성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이 없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이들에게는 표를 행사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법과 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정치인을 지지하고 후원할 수 있지만 오직 청소년들은 정치적 의사 표현에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청소년들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아수나로 부산지부, 부산참보육부모연대, 부산학부모연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산지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청소년의 정치적 발언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청소년의 경우 투표권을 보장받지 못함은 물론,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특정 정당의 당원이 되는 것도 불법이다고 했다.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여러 차례 목격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청소년총선대응네트워크에서는 8명의 청소년들이 청소년의 선거 운동 금지에 대한 불복종행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호소하기 위해서 피켓으로 만들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서 말하는 퍼포먼스를 하였지만 이들의 행위는 선거법상 불법이었다. 선거법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선거권이 없으며,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며, 특정 정당 및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한다. 2012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한 청소년이 트위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올렸다가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청소년 중 대다수가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선거 참여가 불가능해 불합리한 권리제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의 경우 더욱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또 다른 논리는 청소년들이 현 시점에서 집중해야 할 일은 투표와 같은 참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입시를 위한 공부라는 점이다. 청소년은 오직 학교에서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 다른 일은 부모님, 선생님, 성인들에게 맡기면 된다는 주장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오직 공부할 시간만 필요할 뿐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고민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어리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대해 알 필요도 없으며,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일은 공부에 방해가 되므로 청소년들은 선거에게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권성동 의원은 3을 무슨 선거판에 끌어들이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라며 반대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청소년을 수동적 객체로만 여기는 권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지배적이다. 입시와 학업을 내세우면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를 방해하는 것은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세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


청소년이 현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문제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청소년을 온전한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과정은 단지 정치적인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가정에서 조차도 중요한 의사결정에 청소년의 참여는 항상 무시되고 배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참정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청소년에게는 그저 꿈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참여는 이들에게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자신이 결정한 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18세 참정권은 더 이상 선거철에만 논의되어야 할 이슈가 아니다.

 

¹)  ‘18세 선거권 국민연대’에 한국YMCA 18세참정권 실현운동본부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 장여옥



<참고한 자료>

 

경향신문. “설 대화상 오를 ‘3대 이슈···기본소득·군복무기간·18세 선거권.” 2017. 1. 2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210100&artid=201701262053005

뉴스타파. “청소년, 시민사회, 선거연령 18세 인하 촉구.” 2017. 2. 15. http://newstapa.org/38152

뉴스타파. “18세 선거권 무엇이 두려운가?” 2017. 2. 24. http://newstapa.org/38313

오마이뉴스. “청소년 투표 가로막는 근거, ‘입시공부 해야 해서’?” 2017. 2. 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83579&P 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오마이뉴스. “청소년 참정권, 한국에서 일어나는 기막힌 일들.” 2017. 2. 9.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84448&dable=10.1.4

오마이뉴스. “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시작” 2017. 2. 2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02464&dable=10.1.4

한국일보. “선거연령 18세 인하, 굳이 늦출 이유 없다.” 2017. 1. 13. http://www.hankookilbo.com/v.aspx?id=f1d2694fd1254ef4b9789619a98461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