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무상급식 예산삭감’ 거센 후폭풍
교육위, 초등생 15만여명 지원 171억 절반 ‘싹둑’
교육청 누리집 비난 봇물…학부모단체도 반발
한겨레 김기성 기자 홍용덕 기자
» 경기도의 무상급식·혁신학교 예산 삭감에 대한 투표 결과
“아이들의 점심 밥에도 정파적 이익을 따지나요?”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지난 23일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 171억원 가운데 50%인 86억여원을 깎자, 양평군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오아무개(43)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이번 예산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교육환경에 놓인 농어촌과 섬·외딴 곳(도서벽지), 도시내 3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 초등학생 15만352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예산이 반토막 나면서 섬·외딴 곳의 초등학생 2만1천명에게만 먼저 무상급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됐고, 농어촌 지역과 도시내 소규모 학교에 대한 무상 급식은 축소됐다. 여주 이포초등학교 교사 김동희(41)씨는 “교육위원들이 조부모와 살거나 결혼이민 여성을 어머니로 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농어촌에서 초등학생 무상급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무상 급식 예산 삭감에 경기도 교육위원회와 경기도 교육청의 누리집은 이날 내내 누리꾼들의 분노와 비난이 쏟아졌다. 누리꾼 ‘사람향기’는 “다른 돈도 아니고 애들 급식을 무료로 한다는데 그 돈을 깎느냐”고 질타했다. 박아무개씨는 “예산 삭감에 찬성한 당신들, 똑똑히 지켜보겠다. 아이들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는 당신들, 내 아이들에게도 똑똑히 기억시키겠다”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3일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예산 심의 도중 자리를 비웠던 이재삼·최창의 위원은 “무상급식 예산마저 절반으로 잘라버린 우리 교육위원회와 관련해 교육위원으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경기도 교육위원회 본회의장에서 무기한 ‘석고대죄’에 들어갔다.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학교급식 경기도운동본부, 경기평준화시민연대, 민주공무원노조 경기교육청지부 등도 “아이들 교육보다 진보성향의 교육감 발목잡기에 몰두한 교육위원회의 예산 삭감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교육위원회의 예산 삭감안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경기도 의회 백승대 의원은 “경기도 교육청이 수정안을 내면 다음달 경기도 의회에서 의원들을 설득해보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들도 “경기도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위원회 폐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김기성 홍용덕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