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한 선배 한분이 아이를 낳았는데
서울에서 지낼 곳이 마땅치 않은 제가 출산 예정일을 한달정도 남겨둔 그녀와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그녀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안절부절하기만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정말 씩씩하고 건강해서
"늙고 병들고 가난한" 저를 그녀가 돌보아 주는 형편이었다고나 할까요.. ㅋㅋㅋ
아이가 나올 날짜(예정일)가 있기는 했지만
그런건 거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나올 준비가 되어야, 나올 마음이 있어야 나오는 것인데
아이와 얘기를 나눌 수 없는 우리로써는
아이가 언제 나올지 전혀 알길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저 같이 1분, 1초까지 계획하면서 살았던 사람은
항상 조마조마 했고
집을 비우면 걱정이고
집에 있어도 별로 할일이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예정일 즈음에는 어떤 계획도 불가능한 형편이었죠.
그런데 한가지.. 이러한 불안함, 기다림의 지루함을 이기게 해주는 힘은...
아이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정말 아이가 보고 싶었고 어떻게 울지,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한 것이었습니다.
(아이 엄마는 아이가 "정상"으로 나올까, 약간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그간 다양한 검사를통해 아이가 정상이라는 것은 확신하고 있었기에... 저는 그 점에 있어서는 오히려 안심하고 있었죠.)
아이가 입을 옷과 아이가 사용할 물건들을 이것 저것 들춰보면서
아이에 대한 상상과 기대는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꼭 제가 임신 한 것 같죠? ㅋㅋ)
매일 매일 세상에 나올 아이를 기다리면서...
세상만사가 모두... 해산과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병이 완치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병에 걸린 것도 아닌 상태인데...
암이란 것의 완치판정은 5년이 지나야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죠...
5년 동안은 매우 심하게, 그 이후에도 때때로 재발의 공포 속에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5년동안은 의사의 완치판정을 기다리면서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죠.
마치... 아이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죠...
청소년YMCA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있습니다...
그 방법으로는 안될 것이다(학교도 변하고 사회도 변하고 애들도 변했기 때문에...),
애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간사들이...),
청소년와이만 청소년 운동이 아니다... 등등...
모두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청소년Y가 YMCA안에서 어느정도 주목을 받게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러한 얘기를 계속 듣다보니 저 나름대로 청소년Y에 대한 어떤 논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말이나 논리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저의 기대입니다.
저는 제가 만나는 한 사람, 한사람 청소년에 대해서 각기 다른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청소년YMCA에 대해서도 분명하고도 원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그러한 기대감은 제가 선배의 아이를 기다리는 것처럼
제가 인내심과 희망을 가지게 하고 생명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하고..
따라서 어떤 난관에도 좀처럼 굴복할 수 없는 의지를 주는 것입니다.
난관이 있다고 해서 나올 아이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아이는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언제 나올지 늘 초조하지만 건강한 아이가 탄생할 것이라는 의심할 수 없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기다릴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를 가지고 있는 동안 산모는 힘들고 가려야 할 것도 많아서 맘대로 못하는 것도 있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처럼...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당분간 YMCA와 간사들은
귀찮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때로 욕도 먹을 수 있지만...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가 의사에게 "자연분만 하고 싶습니다"했더니
의사가 선배에게 "자연분만 보다 산모와 아이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정말 맞는 말이죠...
자연분만을 하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자연분만이 출산과 탄생의 필요조건은 아니지요
저도 청소년YMCA가 자연스럽게... 자기 모습을 찾아가고.. 자율적,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청소년YMCA의 건강성과 YMCA의 정신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다면 폭력적인(?) 탄생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33시간 동안 자연분만을 위해 노력했던 그 선배처럼...
그러한 초인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의 아이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먹고 싸고 자고... 이 세가지만 반복하고 있지만..
그것이 이 아이가 건겅하다는 증거일테죠...
가끔은 배냇짓도 한다고 합니다..
회원들이 먹고 싸고 자기만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그것이 그들이 건강하다는 증거일까요?
아이들의 성장에는 사랑이 최고라고 하는데...
우리의 회원들에 대한 사랑에는 어떤 전략과 프로그램도 약간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늘...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YMCA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버라이어티에도 있는 정신이... YMCA에는 당연히 있겠죠...ㅋㅋ
선배의 출산과, 어린 생명의 탄생을 보면서...
제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제가 사람과 세상에 대해서 부푼 기대를 가지고
이것 저것 시도해 보면서
조급하지 않게, 느긋하게 기다릴 수만 있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하신대로
"인생은 생각보다 아름다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믿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런 생명은 태어나기도 전에...
늙고 병들고 가난한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