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쓰고 싶었는데 마음을 잡기가 어려워서 시작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오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늘 마음을 잡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은...
어제 만난 팔레스타인 청년과
오늘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학생의 날 기념 기자회견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영상에 자꾸 용산이 겹쳐 보이더군요...
정부가 있거나 없거나 영토가 있거나 없거나
전쟁중이거나 말거나
권력은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덜 참혹하고 사소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가난한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쫓겨다니고 학대받으니
국경이라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
권력이 자기들 좋으라고 쳐놓은 또 다른 담에 불과하다...
개구멍을 만들든 담치기를 하든...
그 담을 넘고 싶다는 간절함 뿐입니다...(하지만.. 전 청소년기에도 담치기, 개구멍 드나들기..
이런거 안했습니다.. 선생한테 그냥 말하고 나왔죠... 허락하거나 말거나.. 말하고 그냥 나왔습니다..
ㅋㅋ 생각해보니 지금도 이런식으로 삽니다. 사람이 변하는 건 쉽지 않죠. )

오늘 11시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학생의 날 기념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희망 애들이 한 20명 정도 오고...
단체 어른들이 한 10명..
기자들 10명...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못 올라서게 하는
똘아이 진상 보안업체 경비견 두분과
경찰견 다수(사복포함)...

이렇게 해서.. 한 80명 정도...

애들이 2MB 몰아내자고 말하긴 했지만
그들의 주장은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는데
당연한 주장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을
마음껏 비웃어주었던 하루였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연신 카메라 셧터를 눌러대는 기자들을 보면서
두달전 지역아동센터지원사업때문에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라는 웃기는 이름의 단체가 사용하는
으리뻔쩍한 방에서 도장 찍고 인사한후 카메라를 향해 살포시 미소지었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나는 도대체... 뭔가...
나는 브로커인가 활동가인가...
나는 관료조직의 하부인가 운동가인가...
나는 후루꾸인가 신앙인인가...

물론 활동가이고 운동가이며 신앙인이길 원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지 못합니다. 

권력이 눈물을 흘리지 않듯이...
자본에게도 동정심은 없습니다...
동정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그들에게서
돈을 받아다가 이렇게 저렇게 포장하여
그들이 마치 동정심이 철철 넘치는집단 마냥  보여줘야 하는데..
이런 일을 활동가는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브로커가 되어야 제대로 할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브로커와 활동가 사이를 하루에도 열두번씩 왔다갔다 합니다...

요즘 지역아동센터 일로 함께 일하게 된 친구가 있는데
저에게 혹독하게 당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서류 꾸미는 법, 지출결의서 만드는 법, 리스트 정리.. 등등을
다그치며 가르칠 때..
이것보다... 지역아동센터의 정책과 현장상황을 학습시키고
도전과제와 해결책을 생각케 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운동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관료조직의 하부 역할을 충실하게 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끔 신앙도 팔아먹는 후루꾸입니다...
제 가슴에 흐르는 눈물... 제 눈에서 흐르는 눈물...
그 눈물은 자본이나 권력의 것과는 다르게 진실된 것일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겁쟁이 이며 어려운 일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며칠전 안재웅 목사님이 사주신 삼계탕을 먹었는데...
눈물 흘리지 않는 권력과 자본에게 왜 눈물이 없느냐고... 좀 울어보라고... 울 때까지 패는 것 보다는
내가 먼저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어야 한다는걸 가르쳐 주셨습니다...
가슴에 눈물이 가득찰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브로커여도, 관려조직의 하부여도, 후루꾸여도
뜨겁고도 진실한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
며칠전 사무실을 다녀간 한 선배의 말처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망설여져서 또 쪽팔리는 밤입니다...